김정렬 (본지논설위원/시민감사관)

새해벽두 부터 불행한 사건이 발생하여 우리들의 가슴을 아프게 하고 있다. 

지난 5일 밤, 경기도 평택시 청북읍 냉동창고 신축 공사장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젊고 유능한 소방관 3명이 순직했다. 

또 지난 11일에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하는 광주광역시 서구 화정동 주상복합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아파트 1개 동 23∼38층 외벽·내부 구조물 일부가 무너져 내려 공사 작업자 6명이 실종되고 1명이 다쳤다. 

실종자 가운데 1명은 붕괴 나흘째인 14일 오후 지하 1층에서 숨진 채 수습됐고, 나머지 5명을 찾는 수색이 잔해 제거와 병행 중이라고 한다. 

지난해 6월에도 이와 유사한 사고가 일어났다. 광주광역시 학동에서 철거공사를 강행하다 건물이 붕괴되어 근처 도로를 지나가던 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를 냈다. 

이를 계기로 특별법을 만들고 관리 감독을 강화하여 재발을 방지한다고 야단법석을 떨었다. 하지만 공염불이 되고 말았다. 

왜 이런 불행한 사고가 자주 일어나는 것일까. 혹시라도 우리사회 구석구석에 만연된 도덕 불감증 때문은 아닐까. 

힘없고 가난한 사람들을 죽음의 구덩이로 몰아넣는 것이 기업가 정신이라고 여기기 때문은 아닐까. 

성수대교나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후진국형 망령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닐까.

위험하고 힘든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담보삼아 일을 하는 근로자들을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배려해줄 수는 없는지……  

높은 고층아파트에서 살아야할 사람들을 내 부모나 자식이라고 여기며 최선을 다할 수는 없는지…… 

일찍이 법정스님은 “보다 빨리, 보다 높이 ”라는 올림픽구호에 강한 거부감을 표시하였다. 

지나친 일류주의와 성과주의는 소수의 승자에게는 부와 행복을 안겨줄지 모르지만, 다수의 약자들에게는 좌절과 불행을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방향으로 뛰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지만,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 사람이 1등을 하고, 360도 둥근 원으로 뛰면 360명이 일등을 한다고 한다.

매사에는 순리를 따라야한다. 아무리 바빠도 실을 바늘허리에 묶어 사용할 수는 없다. 

“하늘의 원리에 순응하면 살고 하늘의 원리를 거스르면 망한다.”는 공자님의 가르침도 있지 않은가. 

창세기에는 바벨탑을 만들어 하늘에 닿고자 했던 인간의 욕망은 하늘의 노여움으로 물거품이 되었고 언의 혼란마저 초래 하였다. 

미국의 첨탑포함 526미터 110층짜리 쌍둥이 빌딩 세계무역센터는 납치한 항공기 2기가 충돌하면서 무너지고 수많은 희생자를 냈다. 

또, 영화 ‘타워링(The Towering Inferno,1974)’에서 소방대장 마이클은 “우리의 소방기술로는 138층의 화재를 진압할 수 없다. 그저 높이 짓기에만 몰두한 당신들에게 신이 내린 벌이다.”라는 말로 인간의 오만을 꾸짖고 있다. 

448미터로 세계 6번째 높이가 될 청라국제도시의 ‘시티타워’가 기공식을 가졌고, 송도국제도시에도 끈임 없이 151층의 ‘인천타워’ 건립 요구가 있다. 

부디 필요성은 물론 안전성과 경제성을 따져 주도 면밀하게 추진되었으면 한다. 

다행히도 '중대재해처벌법’이 1월27일부터 시행된다. 

발주, 감리, 시공과정에서 조그마한 빈틈도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기를 바라며, 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각성도 촉구한다. 

“만물은 대자연속에서 조화를 이루어야 자랄 수 있다. 인위적은 조작은 대자연의 조화를 파괴한다." 인위적인 조작은 부분적으로, 혹은 일시적으로는 효능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전체나 영원한 경지서 볼 때는 결국은 스스로 멸망하기 마련이다. 

인위적인 억지는 나만의 욕심을 채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비전체적이고 비자연적이므로 결국 일찍 멸망한다.”는 노자의 충고에도 귀를 기울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