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는 왜 어려울까
(대입수능을 앞두고)

김정렬 (본지논설위원/前)연성중교장)
    
    지금까지 나는 삶의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고 있다. 20여년의 학창시절, 40여년의 교직생활, 그리고 퇴직 후 4년여 동안 봉사활동도 학교에서 하고 있다. 이외에도 구민감사관, 시민감사관, 장학회이사로 활동하며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하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활동은 따로 있다. 매주 토요일이면 고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20여 년 동안 중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쳤던 경험을 되살려 재능기부를 하고 있는 셈이다. 다행히도, 살아오면서 영어신문을 읽고 대입수능문제도 자주 풀어보다 보니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때로는 학생들의 학습태도가 못마땅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 ‘눈과 귀’만 열어두고 ‘입과 손’은 사용하지 않고 공부를 하려는 태도 때문이다. 언어는 음성과 문자를 통해서 표출되며 의사소통의 도구로 사용되는데, 쉬운 만화책을 대하듯 눈과 귀로만 공부를 하려드니 종합적인 언어능력이 길러질 수가 없다. 듣기와 읽기와 같은 ‘이해영역’은 말하기와 쓰기와 같은 ‘표현능력’과 상호작용을 할 때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는 참으로 어렵다. 외국어이기 때문에 생김새와 언어체계가 우리말과 다르며, 영어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영어는 어휘수가 방대하다. 어휘수가 많다는 것은 적절한 어휘를 골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나, 학습자 입장에서 보면 익혀야할 어휘가 많다는 것은 결코 좋은 점만은 아니다. 
    영어의 고향인 영국에는 기원전 켈트족(celt)이라는 원주민이 살았다. 그러나 빈번한 외세의 침략으로 그들의 고유한 언어는 사라지고 다양한 외래어가 들어왔다. 라틴어, 불란서어, 독일어 계통의 언어, 그리스어 등의 외래어가 들어와 자리를 잡게 되었다. 
   또한, 영어는 조사(助詞)가 있는 우리말과 달리 말의 순서(語順)가 고정되어 있다. 고대영어시대에 게르만족의 하나인 앵글로색슨(anglo-saxon)족이 영국으로 들어오면서 게르만어의 색체가 짙은 굴절어(屈折語)였으나 중세를 거쳐 현대에 이르면서 굴절현상이 사라지고, 대신에 말의 순서(語順)가 고정되어 버렸다. 따라서 영어를 잘하려면 말의 순서 즉 어법(문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이외에도 영어 학습을 어렵게 만드는 것은 영어는 글자와 소리가 일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강세(accent)가 있는 언어라는 점이다. 따라서 발음기호를 익혀야하고 강세와 억양에도 유의하여 공부를 해야 한다.
   이상 몇까지 점을 보면 영어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단어나 숙어를 외워야하고 문장의 구조를 파악하는 문법적 지식도 길러야하며, 발음기호나 강세위치도 파악해야한다. 또한, 대학수학능력시험처럼 독해위주의 평가에서는 배경지식(schema)을 기르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런 어려움이 있는데도 영어 공부를 쉽게만 하려드는 학생들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중고등학생은 물론 영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조차도 영어사전을 가까이 하려하지 않는다. 사전에서 모르는 단어를 찾는 과정에서 영어철자를 입과 머리로 수업이 반복하면서 내재화하며, 다양한 용례와 발음기호도 익히게 된다.
   영어 학습에는 왕도가 없다. 더더욱 값비싼 사교육이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도 없다. 학습자가 영어공부의 필요성을 느껴 습관적으로 노력을 해야 한다. 특히, 전염병으로 학교에서 교육활동이 제대로 이루어질 수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는 ‘자기 주도적 학습’ 말고는 방법을 찾기가 어렵다.
   다가오는 12월3일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있다. 수험생들 모두가 최선을 다해 좋은 점수를 받기를 바란다. 아울러 평가당국에도 한 마디를 하고 싶다. 수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판에 박힌 수능출제 유형’도 변화를 주어야 하며, ‘듣기와 읽기 중심의 이해력평가’에서 벗어나  ‘이해력과 표현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