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정치를 소망한다.
(나무도 보고 숲도 보자)

김정렬 (본지논설위원. 시민감사관/前연성중교장)

  
이번 추석에는 14년 만에 ‘트로트의 황제’ 나훈아가 TV프로그램에 출연해 폭발적인 호응을 얻었다.

그는 주옥같은 노래로 코로나로 지쳐있는 국민들을 위로 했으며, 방역 일선에서 수고하는 의료인들에게도 감사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특히, 공연 중에 그가 던진 발언이 정치권을 술렁이게 만들었으며 정치인들의 자성을 촉구하기에 충분하였다.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잘못된 정치인?)들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우리는 지금 힘들고 많이 지쳐 있습니다. 옛날 역사책을 보든 살아오는 동안을 보든 왕이나 대통령이 백성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분은 한 사람도 본 적이 없습니다. 이 나라를 누가 지켰냐 하면, 바로

오늘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습니다.”

그의 올바른 지적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벌써 몇몇 정치인들은 그의 뼈있는 충고에 경의를 표하며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국민들은 수많은 선거를 통해서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해줄 것으로 기대가 되는 정치지도자들을 선택하곤 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다수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그들만의 목소리’ 만을 내는 경우가 많았다. 민의의 전당인 의회에 들어가 열심히 의정활동을 하여 유권자들에게 희망을 주어야하는데, 진영의 논리에 갇혀버리곤 했다.

자연히 시야가 좁아져 ‘나무는 보지만 숲을 잘 보지 못하는 정치’를 할 수 밖에 없었다. 부동산, 탈세, 이해충돌, 고성, 막말, 폭력, 고소고발, 앙갚음…… 하기야 세비라는 고정수입도 있고 금배지 달며 의전적인 예우도 잘 받고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있겠는가.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백성들은 안중에도 있을 리 없다. 배부른 지도자가 배고픈 백성들의 어려움을 알 수 있을까.

대다수의 국민들은 보수주의자도 아니고 진보주의자도 아니다. 단지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정당한 노력의 대가를 받으며 행복하게 살고 싶어 한다. 합리주의자일 뿐이다.

따라서 이념논쟁으로 국민들의 편을 가르는 정치는 지양되어야한다. 함정을 파놓고 상대편이 빠져 치명상을 입기를 바라지 말고 위험한 구덩이나 시설물이 있으면 상대편을 배려하여 치워주는 따스한 정치를 바라고 있다.

내가하는 일은 선(善)이고 ,상대편이 하는 일은 악(惡)이라는 자기중심적인 사고는 버려야한다. 상대편의 단점을 들추어내서 나를 부각시키려들지 말고 ,상대편의 장점도 찾아내어 칭찬하는 큰 정치를 바라고 있다. 

“당신이 훌륭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훌륭한 사람의 덕을 자기 자신도 가지고 있는가 생각해보라. 그리고 나쁜 사람을 만났을 때는 그 나쁜 사람이 지은 죄가 자기에게도 있지 않는가를 돌아보라”는 세르반테스의 충고에 귀를 기울려보자.

또 “너는 어찌하여 다른 사람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면서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보지 못하느냐. 먼저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를 빼내어라”는 신약성서의 말도 음미해보자.

예방백신이나 치료약도 없어 하루하루가 불안과 초조의 연속이다. 설상가상으로 경제난까지 겹쳐 서민들의 고통은 말이 아니다. 가장 좋은 질병예방책이 ‘가급적 사람을 만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오죽했으면 국무총리가 나서서 추석 대명절에 고향에 가지 말라고 부탁을 했겠는가. 자신과 가족, 그리고 이웃을 생각하여 불필요한 개인행동은 자제하고 방역활동에 적극 협조하여야한다. 

특히, 정치지도자들의 솔선수범이 요구된다. 더 이상 국민들이 정치를 걱정하지 않도록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며 큰 정치를 해주기 바란다. “내편 네편으로 국민들을 나누지 말고”